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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법 개정운동에 앞장선 한국 최초 여성변호사
이태영 (1914~1998)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헌법 제2장 11조)
1948년 공포된 대한민국 헌법은 일찍부터 양성평등을 명시하고 있었지만 해방 후 우리의 가족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당시 가족법은 아버지의 친권만을 인정하였고 딸은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혼을 하게 되면 여성은 엄마로서 자식을 키울 수도, 만날 수도 없는 억울한 상황이 생겨났다. 또한 딸은 ‘시집가면 남(출가외인 出嫁外人)’이라는 이유로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도 없었다.
이러한 현실은 1952년부터 전개된 가족법개정 운동으로 인해 점차 호주제 폐지, 친권의 평등, 동성동본 결혼금지제도 폐지 등 불합리한 법 개정이 이루어졌고 1989년에는 남녀 상속지분 차별 철폐, 배우자의 재산분할 청구권 인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이태영 변호사와 여성단체의 역할이 컸다.
이태영 변호사는 1936년 이화여자전문학교 가사과를 졸업하고 교수가 될 수도 있었지만 33세의 늦은 나이에 다시 서울대 법대에 들어가 법 공부를 시작하여 마침내 한국 최초의 여성변호사가 되었다. 변호사가 된 뒤에는 불평등한 한국여성들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여성법률상담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설립하고 법률상담과 가족법개정 운동을 시작하였다. 1958년, 1977년, 1989년 3차에 걸쳐 가족법이 개정되고 난 뒤, 이태영 변호사는 감회에 젖어 이렇게 말했다.
“가족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오백년 묵은 인간차별의 벽이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여성이 새로운 것을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제자리’를 찾았을 뿐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났기에 사람 노릇하게 되었을 뿐입니다. 더군다나 가족법이 ‘여성 법’은 아니지 않습니까. ‘가족 모두의 법’이지 않습니까.”
이태영 변호사는 여성의 인권과 지위향상의 공을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아 1975년 막사이사이 상, 1982년 유네스코 인권교육상을 받았고 국내에서는 1990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상하였다.
국회는 2005년 3월 마침내 ‘호주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어 호주제가 전면 폐지되었다.
이태영 변호사가 “남녀차별, 인간차별의 원흉이며, 명백한 헌법위반이다”라며 호주제 폐지운동을 시작한지 53년 만에 이뤄낸 결과였다.
이제 개인의 가족관계는 가족관계등록법에 의해 호주를 중심으로 하는 가(家)가 아닌 개인을 기준으로 작성되고 있다.
☞ 이태영 박사의 일대기 및 공적에 대한 더 자세한 사항은 (재)정일형·이태영박사 기념사업회(https://www.chyunglee.com)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